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사진에서도 안경을 쓰고있던 나...
2n년간의 안경생활을 접기로 마음을 굳힌 건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2대의 대형 모니터와 노트북, 핸드폰2대를 매일같이 마주해야하는데 안경이 상당히 거추장스러웠다.
피부타입이 지성인 점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 코걸이가 접촉되는 부분이 시간이 갈수록 더 기름이 돌면서 계속 내려가..
기름닦는 것도 한두번이지 나중에는 그냥 정말 부셔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폭력성을 마주하고 깊이 반성하며 바로 병원을 예약했고, 부득이하게 보호자없이 혼자 가서 혼자 뚝딱 하고 집까지 귀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내 눈은 근시 조금 난시 많이 눈이고 각막은 평균보다 조금 두꺼운 편이었다. 대학생 때 소프트렌즈도 썼었고 하드렌즈도 썼지만 전자는 난시때문에 따로 주문해야 하는 점이 번거로웠고 후자는 난시에 좋다고는 하는데 이물감이 심했고, 먼지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눈물을 질질 흘렸는데 그게 거의 낄 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돌고 돌아 안경이었다.
일단 병원을 알아본 기준은, 집에서의 거리와 ㅁㄷㄷ후기..였다. 마음이 정말 많이 급해서 사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일부러 더 안 알아본 것도 있다. 많이 알려지고 많이들 하는 곳이니 정말 누구세요?인 병원이 아니면 기본은 다 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이동 반경이 그리 크지 않은 곳이 더 중요했다.
두 곳을 갔는데 한 곳은 이벤트한다고 광고성 메일을 받은 곳이었고 다른 곳은 어플의 후기가 좋은 곳이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병원의 장단점을 쓰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대해서는 자세히 서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편의상 A, B병원이라고 하겠다) A병원에서는 각막강화술과 각종 기술?장비?를 꼭 함께 해야 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는데 B병원에서는 내 각막이 두꺼워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시술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시력교정술 중에서 라섹을 선택한 것도 별다른 이유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쭉 검진받아온 안과 선생님이 라섹을 받으라고 했기 때문인데, 라식에 비해 회복기간이 긴 반면 안전성은 더 높다고 하더라. 요즘에는 기술이 더 좋아져서 이틀이면 회복이 되는 라섹이라고 해서 '투데이라섹', '올레이저라섹'이라고 부른다고. 모든 라섹이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받은 건 투데이라섹이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라섹 수술을 받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연휴 전후에 연차를 붙여서 5일간의 기간을 확보했다. 엄마는 수술 당일에 안 계셔서 언니를 불러야지 했는데
언니도 그날은 면접이 잡혀있다네..? 라섹은 수술 후 고통이 크다고 봐서 무조건, 무조건 마취 풀리기 전에 집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시력검사를 먼저 하고,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수술 전 다시한번 시력검사를 한 뒤에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마취안약을 넣고서 의사선생님을 한번 더 만났는데 그때 펜으로 눈에 점을 찍으셨다. 아프진 않았고 닿는 느낌이 들거라고 했는데 이런 데에는 무딘 편이라 닿는 느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수술할 기계(아마리스 레드)가 준비되는 동안 자가혈청안약을 만들 때 쓸 수 있게 간단히 채혈을 한다. 그리고 수술실을 들어가게 되는데.
내가 갔던 병원은 수술실과 진료실이 마주보는 구조였고, 수술실은 통창이어서 대기하면서 수술하는 과정을 다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긴장을 안 하고 있었는데 수술대에 누워서 간호사선생님이 쥐어주시는 인형을 안았는데 그때부터 심장이 조여들기 시작했다ㅋㅋㅋ의사선생님이 들어오시고(수술실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위에 앉아계시는구나만 알 수 있고 내 눈앞에 있는 건 기계뿐이며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초록색 불빛 뿐이다.) 간호사선생님이 내 정보를 읊어주시고 "레이저 00초 조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때부터 온힘을 다해 눈앞에 있는 깜빡이는 초록색 불빛만 보면 된다. 내 경우엔 한쪽 눈은 40초, 다른쪽 눈은 45초였는데 이때 긴장감과 공포감이 쫙 올라왔다. 아, 내가 지금 일을 벌였구나, 하는 생각에. 근데 뭐 어차피 수술실에는 나만 들어가고 수술도 내가 받는 건데 뭐. 그러나 잘못되면 안되니까 일단 죽을 힘을 다해서 불빛을 봐야 한다. 오징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심리적으로는 레이저를 조사하는 동안이 힘들었다면 오히려 감각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건 레이저 조사 후 물로 씻어내는 과정이었다. 진---짜 차갑다. 정말 너무 차가웠다..ㅠ그리고 보호렌즈를 끼워주신다.
수술 앞뒤로 안약도 몇 번 넣어주신다. 그렇게 1분 30여초만에 나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된다. 수술 후 안약을 넣고 눈을 감고 있는 동안 간호사선생님이 인형을 데려가시고(이때 내 손에 땀이 흥건하다는 걸 알았다 아 웃겨 아니 안웃겨) 얼굴을 닦아주신 뒤에 바로 눈뜨고 수술실을 나간다. 주섬주섬 신발을 갈아신고 나가면 바로 수술해주신 의사선생님이 눈을 봐주신다. "음, 잘 됐네요."
그리고 간단한 주의사항과 안약 넣는 방법(보호렌즈를 빼기 전후로 추가되는 안약이 있다)을 알려주시는데 사실 귀에 안들어온다. 일단 수술은 끝났으니 마취가 깨기 전에 집에 가야되는데 중간에 마취가 깨면 나는 길 지하철 한복판에서 눈을 잃는 거 아닌가.? 끝났다고 엄마빠한테 얘기를 해줘야 안심하실 것 같은데 근데 안약은 너무 많고 주의사항도 이틀이니 2주니 숫자가 막 겹쳐.. 그래도 안과에서 자료들을 잘 준비해주니까 나중에 정신을 챙기고 나서 천천히 살펴봐도 된다. 약국에서도 그렇게 말하더라.
마취는 한시간이 간다고 들었던 것 같다. 마취안약을 넣은 시간은 12시 2분이었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1시 40분쯤이었다. 그 와중에 동지라고 마트에 들러 팥죽도 사왔다. 그냥 그만큼 안 아팠다. 1분 30여초 정도였지만 그것도 수술이라고 집에 왔는데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어차피 세수도 샤워도 못하니까 이불만 간신히 피고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수술하기 전 급하게 검색해본 얕은 지식들이 모두 짬뽕되어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시간 맞춰서 안약 넣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자가혈청안약을 30분에 한번씩 넣어줘야 해서 그 부분만 조금 번거로웠지만 새 눈인데 이쯤이야.. 아무튼 아무리 기다려고 아프지도 않고 이물감도 없었다. 혹시 몰라 방은 최대한 어둡게 유지했고 방문을 나서는 일이 생기면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 화장실도 불 안켜고 다녔다.
너무 느낌이 없어서 다음날 일어났을 때 보호렌즈가 빠진 줄 알았다. 그래서 아침 댓바람에 병원가서 잘 있다는 안부만 확인하고 왔다. 만약 렌즈가 빠졌으면 눈물 펑펑 흘리면서 왔을 거라고. ㅎㅎ머쓱엔딩
오늘(26일 화요일) 안과에 가서 보호렌즈를 뺐다. 아직 멀리있는 게 선명히 보이지는 않는다. 시력은 서서히 올라올거라고 했으니 3개월간 진득하게 기다려보면 될 것 같다. 다만 난시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글자, 물건들이 뿌옇게 보였었는데 그 부분은 많이 개선되어 꽤 선명하게 보인다. 그게 제일 신기해. 근데 아직 습관이 남아있어 무심코 안경을 올리는 시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얼굴에 여백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는 생각에 피부과에 관심이 가게 된다는 거..? 이거는 개인차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코를 짓누르거나 흘러내려 신경쓰이게 하는 게 없어졌다는 게 정말 상쾌하고 속시원하다. 2주 뒤에 시력검사를 하는데 그때까지 소중히 관리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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